친일파 후손 '기부 땅' 찾기 집단소송 내막
작성자 : 정병기 등록일시 : 2011-09-15 07: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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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후손 '기부 땅' 찾기 집단소송 내막
"소유권 이전까지 마쳤는데 이제 와서 내노라니…" 시골마을 풍비박산
 
임민희 기자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옥현2리 가르매 팜스테이마을(주민 정병기씨 제공).  © 브레이크뉴스

경기도 양평의 한 시골마을이 집단소송에 휘말려 몸살을 앓고 있다. 일제시대 거부였던 임종상의 후손으로부터 유산을 넘겨받은 김모(68?여)씨가 경기도와 학교법인 단국대학, 양평군 지제면 옥현2리 주민들을 상대로 재산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
1950년대에 임종상으로부터 많은 토지를 기부받았던 단국대와, 임종상과 단국대 측에 토지사용료를 내오다 1997년 토지를 매입해 소유권 이전을 마친 주민들은
및 원인무효를 이유로 땅을 다시 반환하라는 김모씨의 주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50여 년 넘게 이곳에서 살며 농사를 지어온 총 16가구의 주민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70대 주민은 “소유권 이전까지 마친 내 땅을 무슨 권리로 내놔라는 거냐. 70이 넘도록 이곳에서 살아왔는데 어디로 나가라는 말이냐”고 울분을 토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고령인 마을주민들은 현재 한 가구당 100만원씩을 갹출해
를 선임했지만 소송비용이 만만치 않아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사건의내막>은 친일파 재산반환 소송에 휘말린 주민들의 심경과 소송관계자 김모씨의 입장을 들어봤다.

“지난 6월 법원 소장을 받고 주민들 모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동네에 있는 노인네 한 분은 그 충격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여기 말고 어디서 사느냐’며 식사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밭에 가서 풀이라도 뽑지만 농사일도 손에 안 잡히고 가슴속에 울화가 치밀어 잠도 못 잔다.”
친일파 재산반환소송 내막
마을 주민 정건순(71)씨는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있어 위안이 되지만 허탈한 마음은 가눌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상도를 고향으로 둔 그는 19세에 6.25 전쟁으로 이곳으로 피란을 왔고 아내를 만나 지금까지 50여년이 넘도록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때문에 이곳은 정씨에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남의 토지를 빌려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1년에 한 번씩 사용료를 지불해오다 1996년 우여곡절 끝에 내 땅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온 정씨에게 예고 없이 법원 소장이 날아든 것이다.
그는 “최근 농촌 사정이 말이 아니다. 비료 값은 90%가 오르고 사료 값도 50% 이상이 올라 10마리 가량 키우던 소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설상가상으로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서 어미 소는 180만~200만원, 송아지는 100만~130만원으로 급락했다.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판에 소송비용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회한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이경준(가명·46)씨는 이번 소송준비를 위해 한 가구당 100만원씩 걷기로 했으나 형편이 어려워 돈을 내지 못하는 집이 많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이 2명은 대법원까지 무료로 변론을 해주기로 했고 선임료 700만원도 후불로 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는 것. 또한 친일파 후손들의 ‘집단 땅 찾기’ 소송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언론과 관계기관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대한민국에 법이 살아 있다면 우리가 반드시 이기지 않겠느냐”고 확신하면서도 만에 하나 패소하게 될 경우 이곳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정병기씨.   © 브레이크뉴스

주민 “임종상은 일제 때 상당히 많은 부를 축적했는데 해방 이후 토지몰수령을 피해 단국대에 기부…근래에 부동산 값 오르면서 친일파 후손들이 막가파식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 분개

지난 2월 김모씨는 옥현2리 주민 등 33명과 경기도, 학교법인 단국대학을 상대로 ‘원인무효로 인한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및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 이전등기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김씨는 소장에서 1960년부터 2003년 7월까지 임종상의 아들과 며느리 등으로부터 상속포기와 매매약정 등을 통해 부동산 전부를 양도받았음을 제시했다. 또한 “임종상이 50년 4월11일 부동산 토지들을 단국대에 증여한 것과 관련, 단국대가 제기한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 이행청구 소송의 1심에서 승소했다”며 “2심에서 패소해 상고를 취하하면서 위 판결이 확정됐지만 부동산이 단국대로 증여된 것은 원인무효라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결내용이다. 따라서 단국대의 이전등기는 원인무효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피고들의 부동산은 모두 단국대로부터 이전받은 것으로 이 역시 원인무효에 터를 잡은 것이기에 말소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전쟁 틈타 일부 땅 반환
그러나 주민들의 주장은 달랐다. 지난 23일 <사건의내막>과의 인터뷰에서 마을주민 정병기(51)씨는 “임종상은 일제 때 고리대금업과 친일행각을 통해 상당히 많은 부를 축적했는데 해방이 되면서 내려진 토지 몰수령을 피하기 위해 기부를 선택했다”며 “단국대에 기부를 했지만 6?25전쟁 등으로 어수선해진 틈을 타 임종상은 소송을 통해 일부 땅을 반환해 갔고 시골에 별 볼일 없는 땅은 남겨뒀는데 요 근래에 부동산 값이 오르면서 친일파 후손들이 그것도 찾아 먹겠다고 막가파식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실제로 주민들의 집과
등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시가 수십억원에 달하고 있다.
정씨는 “이번 소송에 상당히 많은 땅들이 걸려 있지만 동네 터가 90%다. 만약 소송에서 지게 되면 주민들은 터전을 잃기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법상 원고가 소송을 걸면 피고가 자동적으로 이에 응할 수밖에 없어 땅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민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이번 소송대상에 포함된 옥현리 1289번지 일대 등 35필지 1만9466㎡(5800여 평)의 땅 대부분은 주민들이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주민들은 임종상으로부터 많게는 4~5번, 적게는 2~3번 가량 토지를 샀다고 한다. 초기에 주민들은 토지를 임차해 1년에 1번 도지(사용료)를 내는 조건으로 그곳에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어왔는데 임종상의 손자가 몰래 도장을 훔쳐 주민들에게 땅을 팔아 일부 주민들은 등기이전까지 받았다는 것. 하지만 임종상의 다른 후손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간과한 채 농사에 여념이 없었던 주민들의 소유권은 자동 말소되고 말았다는 것. 그는 “농사밖에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이라 당시에는 등기만 가지고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듯싶다. 등기권리증은 법이 살아있을 때만 효력이 있는 것인데 이번 소송에서도 ‘원인무효 소송’의 의미를 모르고 소송을 포기한 사람도 더러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기부 vs 원인무효
이들의 설명을 토대로 이 사건의 전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분류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 명단에 지역유지로 등록돼 있는 임종상(4월29일 친일인명사전 수록)은 해방직후 토지개혁이 단행되면서 몰수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가진 상당수의 토지와 가옥 등을 단국대에 기부했다. 토지규모는 경기도 여주?양평?광주?평택 일대 토지 21만여㎡와 서울시 동대문구 창신동 대지 2만1000㎡, 가옥 1300여㎡에 이른다. 하지만 임씨가 동일재산을 강문중학에 이중 기부의사를 밝히면서 단국대는 서울지방법원에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 이행 청구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임씨와 단국대는 화의계약을 맺고 향후 어떤 주장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에 임씨에게 소작료를 내며 토지를 이용했던 주민들은 소유권이 단국대로 넘어가자 대학에 소작료를 냈고 1997년 토지를 매입했다. 주민들은 농협 등에서
을 받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옥현리 1289번지 일대를 평당 7만5000원(시가 9만~12만원)에 매입해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 그러나 사망한 임씨의 아들과 며느리 등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상속포기와 매매약정 등의 방법으로 토지를 양수받은 김모씨가 “임씨가 단국대 측에 재산을 기부한 행위 자체가 원인무효”라며 소를 제기하면서 집단소송으로 비화했다.
김씨 “임종상이 단국대학에 기부한 행위자체가 원인무효, 주민·경기도는 토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 이행하라” 토지반환 요구

▲옥현2리 마을주민이 법원 소장을 받고 허탈해 하고 있다.  © 브레이크뉴스

주민들을 상대로 한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 소송은 이번 한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에도 임종상의 후손과 이해관계인들은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단국대 측 토지소유주 4명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수원지법(2006.5)과 대법원(2007.1)에서 잇따라 ‘기각’된 바 있다. 정씨는 “친일파 후손들은 대법원까지 가서 패한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김씨를 내세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정부의 ‘조상 땅 찾아주기’ 제도를 악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소송 피고 중에는 2005년에 승소했던 2명의 주민들도 포함돼 있다고 탄식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비용으로 3억원이 들어갔다고 하더라”고 씁쓸해하며 “임종상은 고리대금과 친일행위를 통해 재산을 축적했고 그 자손들은 자기 손으로 10원 한 장 벌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상 땅이라고 찾겠더고 나서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상식이하의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정부가 만약 매국행위나 친일행위와 관련된 재산은 제외된다는 조항만 넣어놨어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친일파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2005년 12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러일전쟁 이후부터 광복이전까지의 친일행위로 축재된 재산에 대해 국가로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다. 단 선의의 목적으로 취득했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조상 땅 찾기’ 제도를 악용한 친일파 후손들의 소송이 잇따르면서 이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친일파 재산환수에 대한 기준을 놓고 사법부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4일 청송심씨 효경공파종중이 ‘친일재산국가귀속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데 반해 1일 의정부지법에서는 “특별법 시행 이후 친일파 후손의 토지를 매입한 자는 환수조치로부터 보호되는 특별법상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씨는 광복 60주년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친일파들의 재산다툼으로 힘없는 서민들이 더는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올바른 역사세우기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소해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또 다른 소송피고인 단국대 측은 학교법인과 대외협력팀 모두 “담당이 아니라 모르겠다. 담당자가 휴가를 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청구가액이 3억이 넘기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경기도는 도로부지인데 실질적으로 26㎡밖에 안 되지만 공무원들은 대리를 할 수 없어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 소송과 관련해 (사)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출범 이후에는 개인 간의 소송은 중지가 됐고 위원회에 대한 이의제기만 할 수 있다”며 “정부의 ‘조상 땅 찾기’ 제도도 친일파들이 악용하니까 위원회를 만들어서 혐의가 있는 부분은
를 중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 소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원고측과 단국대, 옥현2리 주민간의 법정싸움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취재 / 임민희 기자  bravo159@naver.com
"상속포기와 매매약정 등 통해 부동산 전부 양도받았다" 제시
지난 2월 김모씨는 옥현2리 주민 등 33명과 경기도, 학교법인 단국대학을 상대로 ‘원인무효로 인한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및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김씨는 소장에서 “피고 나OO을 비롯한 33명은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의 각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며 “경기도는 공유자지분 전부이전 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청구했다. 또한 “피고 학교법인 단국대학은 원고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의 토지를 다른 피고들에게 이전해 손해를 입혔으므로 금 5100원 및 이 사건 소장 송달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0%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그 근거로 1960년부터 2003년 7월까지 임종상의 아들과 며느리 등으로부터 상속포기와 매매약정 등을 통해 부동산 전부를 양도받았음을 제시했다.
또한 “임종상이 50년 4월11일 부동산 토지들을 단국대에 증여한 것과 관련, 단국대가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 이행청구 소송의 1심에서 승소했다”며 “2심에서 패소해 상고를 취하하면서 위 판결이 확정됐지만 부동산이 단국대로 증여된 것은 원인무효라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결내용이다. 따라서 단국대의 이전등기는 원인무효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피고들의 부동산은 모두 단국대로부터 이전받은 것으로 이 역시 원인무효에 터를 잡은 것이기에 말소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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