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성명서] 2009년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학계의 입장
관리자 2009.12.15 64865

[성명서 전문]

역사교육의 붕괴를 우려한다.

-2009년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학계의 입장-

역사학계는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역사교육 강화라는 국민적 여망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2009년 개정 교육과정안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도저히 좌시할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역사과와 관련된 교육과정 개정안은 역사교육의 붕괴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이미 이런 위험성에 대해 역사학계가 수차례 경고하고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며 교육과정 개정을 강행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역사학계는 지난 9월 25일과 10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 역사교육 강화 취지에서 나온 역사교과 독립 정신과 역사교육 계열화의 원리를 훼손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지난 11월 25일에 연 공청회에서 제시한 안을 보면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했던 역사교육의 강화 취지는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개설된 역사 관련 과목도 계열성이 무너져 뒤죽박죽 교육과정으로 되어 버리고 이대로 간다면 역사교육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교육과정 개정이 역사교육의 붕괴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개정 시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시정을 요구한다.

첫째, 역사과목 독립정신을 담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의 원안을 유지하라!

2007 개정 교육과정은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와 주변국과의 갈등 속에서 역사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여망 속에 탄생하였다. 그런데 이런 교육과정을 시행도 해보기 전에 개정 운운하더니 최근에 정부가 내놓은 시안을 보면 원안의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역사과목 독립 정신 자체가 실종되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어 놓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을 정부가 졸속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오히려 역사교육의 퇴행을 초래하는 잘못된 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시안을 만든 연구진 스스로도 문제점을 인정할 정도로 결함이 많은 시안을 정부가 무리하게 시행해서는 안된다. 이에 우리는 엄연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만든 2007 개정 교육과정의 원안을 정부가 반드시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

둘째, 파행적인 역사교육을 막기 위해 고등학교 1학년 ‘역사’ 과목을 필수화하라!

개정안에 따르면 고 1 ‘역사’가 선택과목으로 바뀜에 따라 필수과목이라는 전제로 짜인 현행 역사과목의 기틀이 무너지게 되어 있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은 중학교에서 한국 전근대사 내용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고 1 ‘역사’에서 한국 근현대사와 세계사 내용을 연계하여 완성하기로 되어 있다. 이런 원리에 따라 편제된 ‘역사’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돌리게 되면 한국사 교육은 전근대까지만 이루어지고, 고등학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배우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반쪽짜리 한국사 교육으로 이어져 정상적인 역사교육에 차질을 빚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역사교육의 파행을 막기 위해 고 1 ’역사’의 필수화를 요구한다.

셋째, 고 1 ‘역사’ 과목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말라!

역사교육에서는 한국사와 세계사를 동시에 조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역사교육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과목이 고 1 ‘역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안에 따르면 고 1 ‘역사’과목명을 ‘한국사’로 수정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선택과목에서 ‘한국문화사’가 제외됨에 따라 한국사 교육의 공백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사와 세계사를 아우르는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그리고 개정 시한을 생각할 때 고 1 ‘역사’ 과목을 한국사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 고등학교 과정 전체에 걸쳐 역사과목 간의 긴밀한 연계성 속에 만들어진 고 1 ‘역사’를 한국사로 바꾸는 것은 임시미봉책이며 2007 개정 교육과정의 근본정신을 왜곡하는 처사이다.

넷째, 역사교육의 붕괴를 초래하는 한국사 축소 방안을 철회하라!

시안대로 ‘한국문화사’를 없애고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만을 역사과의 선택과목으로 제시할 경우 역사교육에서 한국사가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렇듯 고등학교 과정에서 한국사를 표방한 과목이 없어지면, 학생들로부터 역사과목 전체가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한국사 교육의 축소와 파행으로 그치지 않고 역사과목 전체의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선택과목만 줄일 경우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역사과목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역사교육 자체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사교육의 간판역할을 해 온 한국사가 사라지는 것이 이번 시안의 치명적인 문제점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의견을 모아 2009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시정을 요구한다.

1. 역사과목 독립정신을 담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의 원안을 유지하라!

2. 파행적인 역사교육을 막기 위해 고등학교 1학년 ‘역사’ 과목을 필수화하라!

3. 2007 개정 교육과정의 근본정신을 왜곡하는 미봉책을 중단하라!

4. 역사교육의 붕괴를 초래하는 한국사 축소 방안을 철회하라!

정부는 역사학계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2007 개정 교육과정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은 요구를 묵살할 경우 역사교육의 파행을 초래한 정부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역사에 남기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 아울러 역사학계는 물론 역사교육의 축소를 우려하는 교육계, 시민사회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충고한다. 역사학계는 다시 한 번 정부당국에게 역사교과 교육과정 개정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9년 12월 11일

간도학회, 고려사학회, 대구사학회, 문화사학회, 백산학회, 부경역사연구소, 부산경남사학회, 여성사학회, 역사교육연구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교육학회, 역사학연구소, 역사학회, 웅진사학회, 전국역사교사모임, 전북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고대학회, 한국구석기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미국사학회, 한국미술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상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사학사학회, 한국서양문화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한국실학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인물사연구회, 한일관계사학회, 호남사학회, 호서사학회. 38개 학술단체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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